여름바다 맑은 물 속은 쓰레기 왕국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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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대천해수욕장의 유명세와 악명은 익히 들어온 터였다.
부산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이 해운대라면 서해안에는 대천해수욕장이 있다.
대천해수욕장은 조개껍질 백사장과 얕은 수심, 완만한 경사도, 적당한 수온,
거칠지 않은 파도 등으로 천혜의 해수욕 조건을 갖추고 있어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들에게 각광을 받아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천혜의 조건에도 불고하고 늘 따라붙는 악평이 있으니
여름 대천해수욕장은 사람들만 바글발글해서 발디딜 틈이 없고
바다는 "똥물"이라 제대로 해수욕을 할 수 없다는 얘기들이다.
'어떻게 바다가 똥물일 수 있나?
바닷물이 혼탁해질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긴가?
서해안이니까 갯벌의 영향으로 물이 탁해지는 것을 과장한거겠지?'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휴가 뒷얘기에서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다.
무더위에 헉헉대며 대천해수욕장 해변에 발을 내딪는 순간 탄성이 흘러나왔다.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고운 모래와 모래가 투명하게 비치는 맑은 물.
이렇게 깨끗하고 훌륭한 데 무슨 똥물이라고 난리들인가?

대천해수욕장의 투명하고 맑은 물, 모래바닥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 장면으로만 보면 대천해수욕장은 환상이다.
경사가 완만하여 평평해 보이기까지 하는 바닥,
모래가 투명하게 비치는 맑은 물, 적당한 파도,
바닷물 초입은 따듯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시원해지는 수온,
넓은 백사장, 고운 모래, 깊지 않은 수심.......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서해 갯벌 속의 진주라 할 정도로 보배롭다.
아마 이쯤에서 돌아왔다면 대천해수욕장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으리라.
해변의 평상에서 보는 바다는 자꾸만 멀어지고 바다 속 인파는 점이 되어갔다.
썰물이라 물이빠지고 있어 바다가 점점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두어 시간 지났을 무렵 가족을 찾으러 바닷물에 들어갔다 정말 너무나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말로만 듣던 "똥물"의 실체를 확인했기때문이다. 그냥 괜한 말들이 아니였다.
뿌연해진 물에 온갖 쓰레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물이 좀 뿌연해진 것은 서해안이 갯벌이라 밀물에 갯벌 흙이 섞여 들어오는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으리라. 그러나,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들은 어디서 왔단 말인가?
염분으로 끈적대는 환경에 디카 들고 다니기 싫어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매우 경악스러운 광경이었다.
물 자체로만 본다면 썰물 때보다 약한 탁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맑았다.
둥둥 떠다니고 있는 캔, PET병, 과자봉지 등도 그럭저럭 참을 만 했다.
그런데, 물 속에는 미술시간 종이공예 때처럼 화장지가 풀려있었다.
선명한 초록 해조류와 함께 물에 풀린 희뿌연 화장지 잔해가 유영하고 있었다.
일회용 밴드와 붕대로 보이는 천조가리 들도 참으로 거북스러웠다.
그나마 생리대와 기저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바닷물 전체에 풀려있는 그 많은 화장지 잔해, 변기통을 폭싹 엎어 놓은 것 같던데,
관광객들이 단순히 입씻고 코풀어 버린 양이 그런 심각한 오염을 초래한걸까?
내 주위의 관광객 그 누구도 화장지를 비롯한 쓰레기를 해변에 버리는 사람은 없었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란 말이 있듯, 시민의식이 존재하는 것은 낮 뿐이던가?
Zuben님의 포스트 '백만명이 다녀간 해운대의 아침은?' 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광란의 밤을 보낸 흔적이 바닷물에 녹아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똥물'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수해로 떠내려온 쓰레기인지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인지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것은 물빛이 흙탕물빛이라 붙여진 오명은 아니라는 것이다.
물은 비록 파랗게 맑더라도 변기통에 화장지 풀린 것같은 희뿌연 잔해는
그렇게 표현할 수 밖에...
이 바닷물을 우린 더럽다고 하지만
우린 이 바다에서 자란 김과 고등어를 반찬으로 아침을 먹었고
해수욕이 끝나면 이 물에서 유영하고 있던 물고기들로 회를 칠 것이다.
웰빙한답시고 해조부페에 가서 이 바다에서 나온 해조류를 먹으며 허영을 떨 것이다.
결국 제 입에 넣어야 할 바다를 왜 이렇게 오염시키고 있는지.....
선진일류국가 타령이 언제 실현될 수 있을 지 참으로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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