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다 찌질할 순 없다! 다찌마와 리

'다찌마와리'를 처음 접한 것은 얼마 전 다음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오른 류승완 감독의 글을 통해서다. 다찌블로그(http://dachimawalee.tistory.com)에 있는 류승완 감독의 글을 읽다보니 궁금증이 생겨 몇 개 포스트를 연달아 주르륵 읽게 되었고 점점 다찌의 B급 마법에 빠져들게 됐다.

다찌 캐릭터 포스터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임원희의 장엄하고 과장된 표정에 뒤로 넘어갈 뻔했다. 특히 통통한 엉덩이 참으로 섹시했다. 상식을 넘어선 캐릭터는 정말 딱 B급 영화의 영웅 캐릭터였는데, 유머라고는 눈꼽도 없는 내가 보기에 이런 캐릭터는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그 뒤로 강풀님의 만화 '다찌마와 리!! 그는 누구인가?'를 통해서 '다찌마와 리'의 과거 유명세를 제대로 알게 됐고, 전작에 대한 궁금증과 아울러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형 급행열차를 타라>의 개봉을 기다리게 되었다.
 
사실 난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음~다찌를 이런 류라고 규정한 것 자체가 엄청난 오류이기도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시대 속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이런 부류의 한국영화가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난 우리나라 코믹 무협영화나 코믹을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이런 류의 영화들은 대부분 스토리도 볍진같은 데다 제대로 된 유머도 없기때문이다.  또한 이런 류의 영화는 대부분 깡패를 소재로 채택하고 깡패들의 쌈질 또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새로울 것도 개성도 없는 깡패들의 쌈질, 아주 신물나는 소재다. 한 때 한국영화가 몇 년 동안 유행으로 우려먹은 소재이기도 하지만, 요즈음도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이기에 거들떠보기도 싫은 것이다. 드라마, 특히 미니시리즈에서 깡패들과 또는 깡패들의 쌈질을 볼 때마다 한국 작가들은 깡패를 등장시키지 않으면 글이 안써지나 싶기도 하다.

오늘 드디어 다찌마와리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불현 듯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에 대해 과연 어떻게 감상평을 쓸까라는 궁금증이었다. 난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쓸 수 없다. 류승완 감독이 말했던 것처럼 너무 정신 없는 영화라, 나 같이 어쩌다 영화보는 사람은 감상평조차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일제시대 독립군 스파이(임원희)가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일본인이 훔쳐가려는 불상(독립군기밀이 숨어 있음)을 찾는 이야기라고 한 줄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친구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좀 해달라고 하면 뭐라고 해야할까? 아마 한 마디도 해 주지 못할 것 같다.

극장을 나오면 내가 되뇌인 말은
'이 보다 더 찌질할 순 없다!' 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임원희가 결코 찌질한 것은 아니다. 그는 조국을 위해 자신의 스파이 임무를 충실하고도 장엄하게 완수해 낸 영웅이다. 또한, 이 영화가 찌질한 것도 아니다. 그럼 대체 내가 느낀 찌질함이란 무엇이냐? 무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지 찌질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아마도 이 영화가 담고있는 B급 이류영화에 대한 향수와 조롱의 감성이 아닐 지 싶다.  

이 영화는  멜로, 코믹, 액션, 무협, 만화, 공포에다 SF적인 요소까지 장르란 장르는 다 짬뽕된 정신없는 영화이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등장하는 패러디와 수준급 외국어에 포복절도해야기에 더 정신이 없다. 한 가지 빠뜨렸는데 엄청 추접스럽워 구역질이 나는 장면도 있다.(이런 장르는 무엇이라 하나?) 다찌마와 리가 죽은 동료 스파이를 안고 눈물, 콧물, 침이 뒤범벅 되어 통곡하는 장면인데, 침과 콧물이 너무 지저분하게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그 다음부터는 소리를 안내려고, 이를 악문 채 두 손을 꼭 잡고 있어야 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액션과 음악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삼류필이 물씬나는 패러디 영화임이 분명한데 군데군데 액션은 정말 진지하고 화려했다. 내가 액션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 데도 심혈을 기울여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절로 감탄이 나왔다. 액션부분 다 좋았지만, 특히 임원희가 팔 한짝의 무사가 되어 마적떼와 대결하면서 부엌칼로 적의 목을 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칼이라는게 굉장히 섬뜩한 도구임에도 액션의 화려함은 살리면서 잔인함을 배제하여 처리한 순화된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

음악도 예전 신파조(?)음악에서 뉴에이지, 재즈까지 정말 다양한데, 이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어 영화와 어울림을 이루고 있다. 특히, 멜로적인 장면에서 스티브 바라캇(Steve Barakatt)의 Rainbow Bridge"가 몇 번 흘러나오는데 이 음악이 강렬하여 B급 2류 감성에 몰두하다가도 이 음악만 나오면 마법에라도 걸린 듯 수준 높은 멜로 영화를 보고 있는 착각에 빠져들 곤 했다.  Steve Barabatt음악 뿐 아니라 배경음악이 다 의미있고 좋았다. 영화가 워낙 정신없다 보니 혹은 이 영화의 희화적 개성때문에 음악에 대한 평가를 소홀히 할 수도 있겠으나, 음악때문에 이 영화의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아마 이 영화때문에 Steve Barakatt의 Rainbow Bridge가 또 한번 선풍을 일으키기 않을까 싶다.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냐고 묻는다면 답은 글쎄...이다. 그러나 다른 매체로 본다면 액션신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2류 B급을 너무 기대해서인지 생각만큼 많이 웃기진 않았다. 인위적이긴 하겠지만 좀 더 2류 B급필이 나게 제작했더라면 어떨까 싶다. 어쩌면 이것은 코드의 문제일 것 같기도 하다. 난 애석하게도 다찌마와리 식의 유머적 감성이 한참 부족한 것 같다. 다찌마와리의 유머를 받아들이진 못했지만, 기발한 상상들에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감독의 말처럼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라는 평가적 관점을 버리고 그냥 즐긴다는 열린자세라면 마음껏 웃어대며 볼 수 있는 영화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을 떠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간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DVD판이 나온다면 다시 한 번 보고싶고 영화 뒷애기들도 매우 궁금하다.
아무튼 다찌마와리, 올 해의 화제작이 될 것 같다.  

*** 이 영화가 결코 찌질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상상력이 넘치고 훌륭하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보다 더 찌질할 순 없다'라는 평이다 ***




류승완 감독이 가장 좋아한다는 버전의 다찌마와리 포스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http://dachimawalee.tistory.com/30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일상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Posted by joytree
2008/08/14 01:18 2008/08/14 01:18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joytree.net/tt/trackback/22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 2008/08/15 12:13

    김원희가 아니라 임원희....

[로그인][오픈아이디란?]
비밀글 (Serect)
댓글 달기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