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그의 남자친구가 헤어진지는 이제 벌써 10년쯤 된 것 같다.(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그 여자는 결혼해서 아이들이 있고 그 남자도 결혼을 해서 한 집안의 가장이다. 그 여자는 아직 그 남자를 잊질 못했는 지 이따금 그 남자 이야길꺼내곤 한다.
그 남자가 첫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아니련만 왜 그 여자의 가슴에는 그 남자가 숨쉬고 있는걸까? 난 아주 솔직히 말한다면 그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지겨워질 때도 있었다. 그 남자 생각할 시간에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데 안타깝게도 그 여자는 우울해질 때면 그 남자 이야길한다. 그래도 묵묵히 들어주곤 했다.
가끔은 내가 참 차가운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감성이 풍부해 그 여자로 혹은 그 남자로 감정이입이 된다면 그 여자에게 더 많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게다. 그러나 감성의 자연스러운 스밈으로 그들 중 하나가 되어 본 적이 없다. 대화중 공감을 위해 그가 되었어야하는 건데라는 생각이 퍼득 떠오르면, 의식적으로 감정이입에 이르려고 애써보지만 결코 그 여자도 그 남자도 될 수 없다. 그렇다. 나는 감성의 흐름으로 그가 될 수 없기에 이성적 제어로나마 그가 되어보려 하지만 늘 한계가 있다. 나에게도 그 여자와 같은 처절한(?) 사랑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의 기억은 희미해졌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기쁨도 슬픔도 회상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그 여자 대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볼 수 없다.
그 여자의 옛 남자친구가 궁금해진 것은 그 여자가 신문에 보도된 그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나서도 한참 후였다. 소설의 주인공쯤으로 여겼던 그 여자의 옛 남자친구는 전도양양한 모 IT벤처회사의 대표가 되었다고 했다. 옛 남자를 신문을 통해서 보다니 마음이 쏴아해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여자가 그 남자에 대해 더 빈번하게 이야기하게 된 것은 그 신문기사를 접한 후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신문검색할 생각은 못했다(귀차니즘도 있었음). 그 남자는 친구의 옛 남자친구일 뿐 본 적도 없고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아~ 지금 생각났는데 그들의 동아리 모임에 합류했다가 한 번쯤은 스치고 지나갔을 것도 같다. 아무튼 여자가 이야기하니까 들어줄 뿐 그 남자는 10년 전의 세월에 등장하는 인물이고 현재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이든 알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여자가 또 그 이야길 하는데 문득 그 남자가 궁금해졌다. IT벤쳐회사라면 뭐하는 회사일까? 그 회사와 대표는 일반인에게도 친숙할까?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이길래 아직도 한 여자의 아픔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이름도 생소한 그 회사와 그 남자의 이름을 검색했다. 그 여자의 말처럼 모 IT관련 신문에 그 남자의 사진과 기사가 있었다.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휴대폰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였다. 그 남자는 순하면서도 능력있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 여자는 여기에 도덕성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추가했다. 기업 대표들의 기업윤리에 회의적인 입장이나 그 여자의 말에 지지해줬다. 그 여자가 하도 그 남자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했기에 나도 상당부분 쇠뇌가 되었고 판단력을 상실한 듯 싶다. 그 여자는 그 남자의 감수성을 좋아했는데 의도된 사진과 객관성으로 기술한 기사로는 그 남자의 감수성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오늘 또 그 여자와 통화하고 나서 다시 그 남자가 궁금해졌다. 그 여자는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의 감수성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이해해준 사람은 딱 4명이라고 했다. 그 중 최초의 사람이 그 남자다. 그 4명 속에 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난 그 여자의 친구는 될 수 있을 지언정 그녀의 감성까지 끌어안지는 못한다. 그 여자는 사실 매우 독특한 정신세계와 감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범인과의 사회생활을 힘들게 했고 많은 상처를 받게된 원인이었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적응을 못하거나 자신과 다른 감수성을 비난했다. 절친한 친구라는 나조차도 그녀의 감성은 사회생활과 어울리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바꾸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하곤 했다. 그 여자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최초의 사람은 공돌이인 그 남자였고, 존귀하게 여기고 북돋아준 사람들이 그 이후 특정 모임에서 만난 3명의 동지(?)들이었다.
그녀와 일상의 관심사가 가장 잘 맞았고 감성의 공유가 활발했던 유일한 이성으로 존재하는 그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요즈음 IT 기업들의 대표 중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개 블로그로 활동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기대를 갖고 검색해 봤다. 아쉽게도 블로그를 찾을 순 없었고 다른 IT기업 대표의 블로그에서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지 않을 수도 있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더라도 애칭으로 운영중일 수도 있겠다.
내 블로그에 링크 하나를 추가했다. 그 남자의 이름을 언급한 그 블로그다. 우연인지 전부터 링크해 두려고 생각했다 잊고 있던 블로그였다. 이 기회에 추가하게 됐다. 그 블로그는 그다지 내 관심분야가 아니고 내용도 전문적 영역이 포함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대충 훑어볼 정도의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그 남자로 인해 구독이 조금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링크를 추가하고 나니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다. 그 블로그를 찾아서 뭘 하겠다는 심산인가? 왜 이런 헛삽질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참 이해가 안된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참 쓸데없는데 관심을 두고 그런다. 친구의 옛 남자친구의 블로그를 찾아서 뭐하게? 글쎄, 꼭 뭐할 생각이라기보다는 친구에서 알려주고 싶어서.....그게 잘하는 짓이야? 그것은 모르겠구....나의 옛 연인은 안궁금한데 친구의 옛연인이 궁금하다.
"일상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트 나무등걸에서 김수영시인의 '사랑'을 음미하다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10/09
- 친구의 옛남자친구를 검색하다.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9/11
- 설치형 텍큐로 복귀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9/11
- 텍스트큐브닷컴에 한 발을 담그다.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8/21
- 테터에서 리퍼러 갱신 문제로 고생하다. (댓글 0개 / 트랙백 0개) 2008/08/16
Posted by joytree




댓글을 달아 주세요